Meditation on Korean Leadership/1.Leadership Anecdote
무엇이 인재를 죽이는가?
by Jeonghwan (Jerry) Choi2008.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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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와 정치분야를 포함하여 모든 사회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반면 뛰어난 리더들이 조직을 변화하고 혁신하여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각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리더로서 충분한 자질이 있는 인재는 주변에 너무 많습니다만, 어째서 뛰어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을 가져올 리더로 길러지지 못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무엇이 인재와 리더를 죽이는 것일까?
과거 양반과 상민 천민의 구별이 엄격했던 조선 시대 특히 권문세족의 발호가 심했던 조선 중기/후기 에는 만약에라도 천민 집안에서 힘쎄거나 지혜가 출중하여 충분히 리더가 될 만한 아이가 태어나게되면 손목, 발목 힘줄을 끊어 병신을 만들거나 아니면 소리 소문없이 죽여버리곤 했습니다. (아래참조: 백무지 이야기)
왜냐하면 신분상 엄격한 차별이 있는 상황에서 혹시 잘 못해서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사회 변혁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곧 "역적"이 되는 것이었고 역모를 하는 것은 작게는 가족과 집안 전체의 생명과 안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었고, 크게는 마을 또는 공동체 전체의 멸망을 가져온다고 하여 조금이라도 리더로서 재능이 있던 인재들을 공공연히 죽여 왔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상위계층인 양반과 왕족이라고 그 형편이 크게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양반 중에도 너무 뛰어난 인재들은 사화 등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조작된 역모에 휘말려 죽었고, 왕족 중에도 뛰어난 리더가 될 만한 사람들은 오히겨 살아남기 쉽지 않아, 안평대군이나 광해군, 소현세자 같은 인걸들 또한 역모나 암살로 죽임을 당하곤 했습니다.
일제시대 수없이 많은 인재들이 일본의 폭압에 항거하다가 또는 기회를 박탈당하여 능력을 펼치지도 못하고 사그라들었던 것을 포함하여 현대에 들어서도 3.1 운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몽양 여운형 선생, 독립운동의 아버지 김구 선생의 경우 전쟁 상황도 아니었는데 암살자의 흉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4.19, 5.18, 6.10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인재들이 고문과 탄압 그리고 감시로 인해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죽임을 당해왔습니다.
누가 이들을 죽였던 것일까요?
바로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계층구조가 확고했던 봉건시대에는 왕과 왕위 승계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리더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고 왕을 정점으로 고착된 권력서열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사람들은 죽여왔던 것이고, 현대에는 대통령과 정권을 잡은 집단들이 그래왔던 것이지요. 다행이 집권자들의 능력이 자기 지위에 걸맞는 능력을 발휘하여 리더십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었던 경우라면 세종대왕와 같이 진정으로 큰 발전과 성공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극히 소수이고 오히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부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늘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사람들에 대해 견제하고 억누르고 심지어는 죽여왔던 것이지요.
굳이 영어로 설명하자면 능력과 상관없이 지위가 부여된 Assigned Leadership (부여된 리더십) 이 능력과 상황에 맞추어 그때 그때 드러나게 되는 Emergent Leadership (출현 리더십)을 방해하고 자신의 지위만을 추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인재와 리더를 죽이는 것일까?
과거 봉건시대나 사회 격변기에는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총, 칼, 암살등 무력을 사용하여 죽였거나 귀양 등 사회에서 매장하는 방법으로 인재를 죽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달로 최소한 직접적인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인재들을 죽이는 걸까요?
LG경제연구원은 2008년 7월 25일 ‘인재를 죽이는 말 한마디’라는 보고서에서 “이것밖에 안 되나, ○○ 씨에게 맡길걸 그랬군, 당신은 그래서 안돼.” 와 같이 부정적인 발언이 기업 에서 인재를 죽이는 대표적인 말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말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를 이용하여 인재의 사기를 꺽음으로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계속 보장하고자 후임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사람들의 전형이라 할 수있습니다.
"멍청이의 사회적 비용" 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 명의 잘못된 리더가 수없이 많은 기회비용을 잠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려 결국은 조직을 망하게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인재를 죽여 결국 전체 사회를 멸망의 길로 이끌어 가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바로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허생과 이완 대장과의 대화" 입니다. 이완 대장으로 대변되는 당시 주류 사회의 "NO" 라고 하는 것에 대해 허생의 모든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제안들이 묻히게 되었고 결국은 인재였던 허생이 세상을 등지게 되는 과정을 쓰고 있는데, 수 백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참고자료 1].
인재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재를 죽이는 주체는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를 탐하고 한 번 잡은 지위와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고, 과거에는 직접적으로 죽였지만, 많은 부분 민주화된 현대에는 "부정적인 말"을 기본으로 각종 인사권을 포함하여 돈과 권모술수를 이용해 인재를 죽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하면 이렇게 인재를 죽이는 것을 막고 인재를 살릴 수 있을까요?
세가지 정도의 인재를 양성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능력에 걸맞는 기회를... (Opportunity for Talent)
피터의 법칙 (Peter's Principle)에 의하면 조직에서 한 사람이 승진하는 것은 그 사람이 무능하다고 증명될 때 까지라고 합니다 (참고자료 4: 피터의 원리). 따라서 결국 관료제 조직의 모든 직위는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능력있는 인재는 그런 "능력에 맞지 않는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의 비효율적인 일을 하기 위해 소진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능력이 너무 과한데 주어지는 일들이 능력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재를 죽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재를 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부여되는 "일-Task/Job" 에 대한 분석과 정확한 요구조건을 명확히 하고 이를 개방하고 학연, 지연, 혈연, 자기사람 등등사사로운 인연이 아니라 그 일에 부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직내에 "차별금지-Non Discrimination" 정책이 있어야합니다. 연공서열이나 나이, 학벌, 성별, 인종 등 모든 비합리적인 차별을 없애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의사결정과 인재발굴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해야 합니다.
둘째, 가능성에 안정을... (Security for potential)
왜 능력에 걸맞지 않는 사람들이 승진하고 그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인재들을 죽이는 것일까요? 물론 돈과 권력을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도 조직에서 퇴출되게되면 자신이 누렸던 기본적인 안정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재들이 여러 일을 의욕적으로 하다보면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이를통해 학습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 보다 나은 인재로 양성될 수 있는데, 조직에서 이러한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무시하게 되면 어느 누가 감히 새롭고 힘든 일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겠습니까?
제프리 페퍼 교수 (스탠포드 대학)는 Human Equation 이라는 책에서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고용 유연성이 조직의 성공과 성과에 어떠한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없으며, 오히려 이와 반대로 조직의 활력과 종업원들의 동기를 저해한다고 하고, 또한 Bob Sutton (참고자료 5)의 연구에 의하면 CEO의 과다한 경제적 이득과 인센티브는 종업원들의 근로의욕을 상실케하고 결국은 조직의 효율성과 성과에 큰 위험을 끼친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일부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를 이미 확보한 사람들인 리더들 (예를 들어, CEO와 경영진)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최대화 하기 위해 자신의 연봉과 인센티브는 과도하게 올리는 반면 비정규직 사용, 아웃소싱 등 인건비를 최소하 하는 노력을 통해 인재들이 일과 직업에 대한 불안정성을 증가시켜 결국에는 인재를 죽이게 되는데 이러한 불합리한 인사정책은 반드시 실패를 가져올 수 밖에는 없으므로 빨리 중단되어야하고, 오히려 인재들에게 기본적인 안정성을 제공하여 그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와 사회도 생명, 건강, 안보,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확충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권을 모두 누릴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학자인 Howard Gardner의 다중 지능 이론에 따르면 지적 능력 (I.Q.)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지능, 예를 들면 육체적 지능, 감성지능 (E.Q.) 음악적 지능, 사회성 지능, 자아 지능 등등 각기 다른 형태의 지능이 있고 이러한 지능을 통합적으로 계발해야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지능을 정확하게 판별해 내는 방법은 개인이 행하는 여러 일(Task)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능력과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단편적인 판단 기준인 학위, 영어점수, 학점, 인사고과, 성과표 등을 가지고는 어떤 인재가 가진 가능성을 알 수 없으므로 모든 가능성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안정성과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인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가 자리에 부적합하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떨치고 나와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셋째, 모두에게 통합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Integral and Fair assessment for all) 최근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보다 통합적인 평가를 위해 B.S.C (균형평가표)라는 것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B.S.C 는 전략을 중심으로 재무, 고객, 조직, 운용, 기술 등 다양한 평가항목에 대해 성과 목표 (Performance Index)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평가하고 재조정해나가는 방법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Factor 중 하나인 인재개발과 승계전략에 대한 항목은 주로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개인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주로 눈에 보이는 성과 목표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불필요한 경쟁과 미래의 가능성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데 있어 매우 취약합니다. 예를 들어 3M 이라는 혁신적인 회사를 보면 인재개발과 승계 전략을 조직의 전략에 통합하여 통합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관리를 통해 조직의 창의성과 혁신역량을 계속 유지한다고 합니다. (Angle H, Manz C.C., Van de Ven A., 1985)
단지 지금 현재 눈에 보이는 성과들만 가지고 평가를 하는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인사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보다 통합적이고 다면적인 평가 (예를 들어, 360 degree 피드백)를 통해 중,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조직의 성공에 절대적 요소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만, 끼리끼리 나눠먹거나 친한사람들 위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조직에 맞게 설립하고 최대한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 (조직의 성공과 성과)을 추구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무엇이 인재를 죽이는 가에 대한 것을 설명하고,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막기위한 기본 원리들을 제시해 보았습니다. 인재를 죽이는 것은 "자기 능력에 넘치는 지위를 확보한 사람들" 이며, 이들은 직, 간접적으로 돈과 권력, 권모술수를 통해 선량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죽이고 있으며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부정적인 말로 사기를 꺽는 것"입니다.
인재를 죽이는 것을 멈추고 지속적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능력에 걸맞는 기회만을 제공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에게 기본적인 안정을 주며, 모두에게 통합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인재를 발굴하는 등 세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신라가 외세를 빌어 삼국을 병합한 후 1,500년간 골품제도로 부터 이어져온 것을 생각되는 혈연과 지역중심의 강한 결속력이 집단의 단합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등 순기능이 있었지만, 21세기 사회가 다양하게 분화했고, 세계로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등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된 시대에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한국의 인재육성과 개발분야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위의 세가지 원칙에 근거하여 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며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통합적 인재와 리더를 개발하여 우리가 좀 더 편안하고 생명력 넘치며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게되길 바랍니다.
2. 우리고장의 전설 백마지 이야기 http://web.edunet4u.net/~nanhyun/%EC%A0%84%EC%84%A48.htm
3. 인재를 죽이는 상사의 말 한마디, 2008년 5월 26일(월) 2:57 [동아일보]
4. 피터의 원리 (원문출처: 삼성경제연구소)
5. WSJ's Carol Hymowitz on the CEO Pay Gap, Bob Sutton http://bobsutton.typepad.com/my_weblog/2008/04/the-wsjs-carol.html
6. Harold L. Angle, Charles C. Manz, Andrew H. van de Ven (1985), Integrating human resource management and corporate strategy: A preview of the 3M story, Human Resource Management, Vol. 24, No.1, pp.51~58.
이완이 당시 어영 대장이 되어서 변씨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 대장은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이 대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 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 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대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대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임금께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장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명(明)나라 장졸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종실(宗室)의 딸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시집 보내고, 훈척(勳戚) 권귀(權貴)의 집을 빼앗아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이 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만주 정부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중국 민족과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조선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섬기게 되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당(唐)나라, 원(元)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상인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국중에 자제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깎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장사를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명나라 황족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천하의 제후(諸侯)를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하늘에 천거한다면,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대장은 힘없이 말했다.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변발(抪髮)을 하고 호복(胡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사대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 자칭 사대부라 뽑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흰옷을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상인(喪人)이나 입는 것이고, 머리털을 한데 묶어 송곳같이 만드는 것은 남쪽 오랑캐의 습속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예법이라 한단 말인가? 번오기(樊於期)는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신의 머리를 아끼지 않았고, 무령왕(武靈王)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되놈의 옷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대명(大明)을 위해 원수를 갚겠다 하면서, 그까짓 머리털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말을 달리고 칼을 쓰고 창을 던지며 활을 당기고 돌을 던져야 할 판국에 소매 넓은 옷을 고쳐 입지 않고 딴에 예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이 대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하동읍 비파리 배섬 아래 아담한 비파 마을이 있다. 지금은 매립하여 경작지가 되어 있으나 약간의 구릉지가 아직도 남아 옛날 이곳에 개울이 있었고 백마소가 있었던 곳 임을 알 수 있다. 옛날 조선시대, 이 마을 가난한 농부집에 해산의 날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비록 가난한 부부였지만 금슬 좋고 마음이 착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서 옥동자 낳기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태기가 있어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아낙은 아침부터 해산기를 느끼고 방에 들었을 때 이 동네에 이상한 서기가 어리기 시작하더니 방안에도 찬란한 빛으로 가득하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런 탈도 없이 농부의 아낙은 옥동자를 분만하였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천상의 옥동인냥 백 옥 같은 살결에 울음소리 가 우렁차기 그지없었어 부부의 기쁨은 이루 말로다 할 수 없었다. 아이를 낳은지 삼일 째 되던 날, 남편은 일하러 들에 나가고, 산모는 부엌에 나가 미역국을 끓여 방으로 들어와 보니 아이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기겁을 한 산모가 여기저기 아이를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자, 급기야 들로 뛰쳐나가 남편을 소리쳐 불렀다.
"여보! 아이가 없어졌어요."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은 급히 집으로 와서 집안을 샅샅이 뒤지며 아이를 찾았으나 어디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필시 짐승이 물어 갔거나 아이 못 낳는 사람이 훔쳐 갔으려니 생각하며 날이 어둡도록 온 마을을 찾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왔다. 기진한 부부가 방안에 들어서니 갑자기 방안 대들보에서 아기의 웃음소리와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부부가 황망히 쳐다보니 거기에 낳은지 사흘밖에 안된 아이가 겨드랑이에 날개가 붙어 있어 그 날개를 퍼덕이며 대들보 주위를 이리저리 날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황당한 일을 당한 부부는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아이만을 보고 있었다. 한참을 아이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몸서리를 치며 안색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여보, 이것 큰 일이 났소." 남편의 심상치 않은 안색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부인이 다그쳐 물었다.
"왜 그래요?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저 아이를 보시오. 사람에게 날개가 달렸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오 저 아이는 사대부 집에 태어났더라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나 우리 같은 천민에게 저런 아이가 태어난 것은 기필코 역적으로 몰려 삼족을 멸하는 화를 당하게 될것이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남편은 말을 마치자 방바닥을 치며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도 하늘이 아득함을 느꼈다.
사실 그때는 양반들의 횡포가 심하여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들 속에서 장사가 태어나면 족근을 잘라 다리 병신을 만들든지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소문만 들리면 어떤 죄목을 씌워서라도 역적으로 몰아 일족을 처단하였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 중에는 장사가 있어도 남이 알세라 한 번도 힘 자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편은 자기의 살아온 인생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기만 해도 산을 뽑을 것 같은 힘이 넘치는 장사이나 하찮은 천민으로 태어났기에 한 번도 남 앞에서 힘자랑을 하지 못하고 밤마다 장사의 피가 끓어 산을 헤매며 집채만한 바위를 들어 던지며 울분을 풀곤 하면서도 혹시나 남이 알세라 어려서부터 전전긍긍하던 기막힌 설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부부는 겨드랑이에 날개까지 달린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저 아이를 죽이는 도리밖에 없소. 그렇지 않으면 저 아이와 우리는 모두 역적으로 몰리면 삼족까지 멸한다고 하니 이 길밖에 달리 어찌 하겠소. 부인도 마음이 아프고 괴롭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소. 만일 나처럼 날개라도 없다면 모르겠지만 힘을 숨기고 무사히 일생을 무사히 살 수 있겠지만 날개까지 달린 아이를 어찌 숨기겠소."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은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은 듯 하였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어차피 날개 달린 아이로 인한 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소문이 나기 전에 아이를 없애야만 할 뿐 도리가 없었다.
두 부부는 방안을 날아다니는 아이를 붙들었다. 부인의 품에 안긴 아기가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보고 차마 죽일 수 없어 부부는 아이를 안고 밤새 울고 또 울며 하늘과 세상을 원망하였다.
그러나 비정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장사가 단지 남다른 힘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여 본인은 물론이고 온 집안이 멸문의 화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남편의 결심은 확고 하였다.
남편은 아이의 목을 조였다. 이제 사흘밖에 안된 아이의 목이였으나 과연 타고난 장사인지라 킥킥거리면서도 발버둥을 치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남편은 바짝 손에 힘을 주었다. 장사의 팔뚝에 굵은 힘줄이 불거졌다. 아이는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때 별안간 동네 어귀에서 굉장한 말 울음소리가 들리고 지축을 흔들 듯한 말굽 소리가 득달 같이 농부의 집을 향해 달려 들었다. 마을 앞 개울에서 백마가 홀연 뛰어나와 집을 향해 달려 온 것이다. 백마는 집으로 뛰어들어 마당에 들어서자 목을 뽑고 마치 아이를 부르듯이 몇 번이고 울더니 방안에서 아이의 응답이 없자, 아이의 숨이 벌써 끊어진 것을 알았는지 눈물을 흘리며 몇 번이나 울고 또 울더니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펴고 까마득히 하늘로 사라져 갔다.
하늘이 낸 장사가 태어나면 그에 따라 용마가 태어난다. 그 용마는 어린아이를 태우고 천하를 질타할 아이와 운명 지어진 용마였던 것이다.
그때 개울에서 말이 나온 곳이 크게 파이고 그곳에 뒷날 물이 고였기에 이곳을 백마지(白馬址)라 불렸으나 지금은 메워져 논밭이 되었다.
출처: 우리고장의 전설 백마지 이야기 http://web.edunet4u.net/~nanhyun/%EC%A0%84%EC%84%A48.htm
참고자료3. 인재를 죽이는 상사의 말 한마디
2008년 5월 26일(월) 2:57 [동아일보]
“이것밖에 안 되나, ○○ 씨에게 맡길걸 그랬군, 당신은 그래서 안돼.” LG경제연구원은 25일 ‘인재를 죽이는 말 한마디’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발언을 기업 에서 인재를 죽이는 대표적인 말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기업이 애써 뽑은 신입사원과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가 정작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되레 죽이는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재를 죽이는 대표적인 경우는 ‘사람의 기(氣)를 죽이는 다른 사람들, 특히 리더의 말 한마디’라는 것이다.
일을 해 온 사람에게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하는 게 반복되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아무리 좋은 인재가 모인 조직이라도 성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이 보고서는 피드백을 시작할 때 “이건 잘했네”라는 긍정적인 말을 먼저 하고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하면 인재의 기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가장 좋은 동기부여 방법은 직원들이 잘한 일을 리더가 충분히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더가 부하의 장점보다 단점에 주목한다면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상사에게 “왜 ○○ 씨같이 못하나, ○○ 씨에게 맡길걸 그랬군”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보다 “당신은 논리력이 좋고 ○○ 씨는 정보력이 뛰어나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당신은 그래서 안돼”라는 말은 그 사람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를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말이라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자료4. Peter's Principle (원문출처: 삼성경제연구소)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
1. 개념 및 등장배경 피터의 원리란 "관료적 위계서열조직인 계층제 안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한다."(In a hierarchy, every employee tends to rise to his level of incompetence.)는 원칙이다.
즉, 관료제는 경력을 중시하여 직원을 승진시키기 때문에 무능한 자가 능력 이상의 자리를 맡게 되어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된다는 원리이다. 이러한 피터의 원리는 1969년 피터(Laurance J. Peter)와 그의 동료 헐(Raymond Hull)이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라는 책에서 발표하였다. 그들은 1957년에 발표된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을 기초로 하여 수백 개의 역사적 사례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서 열과 등급 혹은 계급으로 짜여진 계층제 조직에서는 그 구성원을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시키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들이 한 단계 강등되어(demoted) 그의 능력의 수준에서 일을 하게 되면 더 큰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강등의 원칙). 왜냐하면, 업무는 아직 무능의 수준에 이르지 않은 구성원들에 의해 제대로 성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직급이 국장이라는 것은 과장으로서의 능력이 최대한 인정되어 승진한 직급이며, 그는 국장으로서는 가장 무능하지만, 과장으로서는 가장 유능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피터의 원리는 관료제조직의 구성원들이 승진에 성공한 후 더 높은 능력의 수준까지 승진하다가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는 무능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래서 피터는 “결국 관료제조직의 모든 직위는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다."(In time, every post tends to be occupied by an employee who is incompetent to carry out its duties.)고 결론지었다. 피터의 원리는 관료제조직의 직업적 무능(occupational incompetence)을 설명하려는 하나의 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피터와 헐은 정부조직, 정치조 직, 산업조직, 노동조합, 군대조직, 종교조직, 교육조직 등 인간이 만든 어떠한 조직체든지 피터의 원리가 지배한다고 확신하였다.
2. 사례분석 피터의 원리는 수백 가지의 역사적인 사례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시된 것이다. 여기서 제시되는 군대조직, 산업조직, 그리고 정부조직 등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들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입증해줄 것이다.
첫째, 군대조직과 관련된 사례이다.
한 육군대장은 그의 부하들의 우상이었다. 그는 부하들을 영광스런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최종적으로 승진했을 때는, 그의 허물없고 애정어린 태도와 열정적인 웅변 스타일, 사소한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대범한 자세, 용맹스러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새로운 직위는 부하관리 등 일상적인 일들보다는 정치가들과 외교관들을 다루는 정치력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는 꼭 필요한 외교의례를 따르려 하지 않았다. 그는 형식적인 예절에 맞게 그의 말씨를 바꾸기가 어려웠다. 그는 그의 사무실에서 정부고관들과 싸우고 허언을 퍼붓고, 술 마시고 씰쭉거렸다. 그는 그의 능력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위까지 즉,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했던 것이다.
둘째, 산업조직과 관련된 사례이다. 한 자동차 기계공은 열정적인 수습생이었고 수습을 마치고 확실한 기술을 가진 기계공이 되었다. 그는 자동차의 결함을 발견하고 수리하는 데 탁월한 능력과 인내를 보였다. 그는 정비소의 중간관리자(foreman)로 승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간관 리자가 되면서 기계적인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완벽주의는 일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는 그가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는 작업을 진척시키지 않았다. 그는 부하직원들의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였다. 그는 좀처럼 그 자신의 업무는 보지 않고, 기계공은 우두커니 지켜보게 한 채로 종종 분해된 모터를 고치는 데 몰두하였다. 결국 정비소는 일로 번잡하게 되고, 고객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유능한 기계공이었지만, 무능한 중간관리자였던 것이다.
셋째, 정부조직과 관련된 사례이다. 한 조그마한 시의 공공토목공사 부서(public works department)의 한 보수담당 중간관리자(maintenance foreman)는 시청 고위관리들의 총아였다. 시청 고위관리들은 그의 실수 없는 붙임성을 좋아했다. 고위관리들은 그의 훌륭한 판단력과 유쾌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칭찬하였다. 그 중간관리자는 정책결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그의 상관들과 다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전임 부장(superintendent)의 퇴임 후에 새로운 부장이 되었다. 그 새로운 부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는 상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제안을 승인하여 그의 중간관리자에게 그대로 넘겨주었다. 그 결과 초래된 정책갈등과 계획의 계속적인 변화는 공공토목공사 부서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모든 사람에 게 “예”라고 대답하면서, 단지 전달자의 역할만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유능한 중간관리자였지만, 무능한 부장이 된 것이다. 피터의 원리는 계층제조직 안에서 공석(job opening) 생겼을 때, 통상 바로 그 하위 직급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승진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만약 그 승진이 무능을 생산한다면, 사람들은 그 승진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3. 평가 피터의 원리는 파킨슨 법칙 등과 함께 관료제의 병리현상을 지적한 유명한 연구이다.
관료제 조직 안에서는 승진이 실력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연공서열에 의존하는 경향도 강해서 조직전체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하나의 측면을 갈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터의 원리에 따라 직원이 자신의 무능의 수준에 도달하면, 아랫사람들을 실력에 의해 평가 하기보다는 ‘그 사람은 사무실의 분위기에 이바지한다’ 등 관료제조직의 현상유지에 기여하는 제도적인 가치표준들을 효율적인 업무수행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무능력자의 승진이 사라지면 진정한 관료제의 효율성은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피터의 원리처럼 관료제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의 직급이 한 단계 강등되어 그의 능력의 수준에서 일을 하게 되면 더 큰 효율성이 달성될 수 있고 이상적 조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그의 주장대로라면 각 직위에 적합한 관리자들이 모두 관료제조직 밖에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관료제조직 안에서 여러 가지 교육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승진한 사람들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는 문제점을 지닐 수 있다 4. 관련책 소개 : "피터의 원리"(21세기북스, 나은영 옮김)
참고자료 6. Harold L. Angle, Charles C. Manz, Andrew H. van de Ven (1985), Integrating human resource management and corporate strategy: A preview of the 3M story, Human Resource Management, Vol. 24, No.1, pp.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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