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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서울대 경영대, 경영학은 부전공?

2008 11/11   위클리경향 799호

학생들 고시·공인회계사 준비 열중… 취업도 외국계 컨설팅회사·공기업 선호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경영학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10월 29일. 관악산 기슭 서울대 경영대학(58동) 주변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다. 엘리트 서울대 경영대생들은 과연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진로를 꿈꿀까. 이 대학 1층 도서관에는 중간고사가 막 끝났음에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150여 석 규모의 열람실을 차지하고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학생들은 무엇을 공부하고 있을까. 학생 대부분의 책상에는 마케팅·재무 등 경영학 전공 관련 서적과 형법총론, 행정법 등 법학 서적들이 놓여 있다.

서울대 출신 법조인, 법대 경영대 순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한 학생이 2층에도 별도의 열람실이 있다고 귀띔했다. 2층 열람실은 도서관은 아니지만 칸막이가 있는 100여 개의 좌석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이곳은 일명 ‘고시실’로 경영대생 중 행정·사법고시와 로스쿨, 그리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국내 기업(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벤처기업 등 창업전선에 뛰어들기보다 법조인이 되기를 원하거나 공기업 또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입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서울대 내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들이 정작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지 않고, 자격증을 따거나 편하고 안정된 직장만 선호하는 세태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 정원은 한 학년당 130여 명이다. 이들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주로 ▲사법·행정고시, 공인회계사(CPA) 같은 ‘라이선스형’ 직업 ▲외국계 컨설팅 및 투자금융회사(IB) 등 보수가 많은 ‘금전형’ 직업 ▲공기업 같은 ‘안정형’ 직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한다. 실제로 서울대 출신 법조인 중 경영대학 출신이 10.8%로 법과대학 다음으로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반면에 처음부터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극소수고, 중소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도 드물다. 대기업은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대기업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들어가 3년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경영대학원(MBA) 과정으로 옮기겠다는 것이 대부분 학생의 목표다.

이런 현상만 놓고 보면 기업인을 육성한다는 서울대 경영학과의 설립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경영대의 설립 취지는 ‘기업을 주축으로 한 모든 경영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경영원리와 관리기법을 교육·연구하여 창조적 사고능력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전문 경영자를 양성한다’고 돼 있다.

경영대생들은 이 같은 비판적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영진(04학번·가명)씨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김씨는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고시에 합격하면 공무원 중에서도 말단이 아닌 사무관급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서 “고시를 패스하면 신분적 불안 없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솔직히 고시에 신경 쓰면서 경영학 과목은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른 대학의 행시과목을 듣기도 하고, 휴학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음 실시하는 로스쿨 시험을 봤다는 고진한(가명)씨는 “사법시험을 통과하거나 로스쿨을 나와서 법조인이 되는 것은 명예와 관련성이 많은 것 같다”면서 “굳이 판사가 되지 않더라도 기업 인수합병(M&A) 등 경영 전문 변호사로 활약할 수 있는 길이 많아 법조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영대 대학원생인 이명수(01학번·가명)씨는 요즘 금융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경영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고시 생각도 했고, 유학도 가고 싶었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있으니까 직장 내에서 경쟁이 별로 없고 급여를 많이 주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업 선택의 가장 큰 요소는 급여”
경영대에서 만난 이영민(04학번·가명)씨는 “일반적인 학생들의 직업 선택 요소 중 페이(급여)가 가장 큰 요소”라고 말했다. 즉 학생들은 6000만 원을 주는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가는 것을 택하지 3000만 원을 주는 대기업에 가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컨설팅업체에 가는 것은 비록 일이 많지만 페이가 높기 때문에 상쇄된다”면서 “특히 컨설팅업체는 일반 기업과 달리 처음 입사부터 중요한 일을 맡긴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대기업에 가면 관련 산업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컨설팅업체에 가면 독특한 스킬(기술)을 익힐 수 있고, 이러한 스킬이 자기의 커리어(경력)가 되고, 이런 경력이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경영대생 모두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대 로비에서 만난 전석주(04학번·3학년)씨는 학생의 신분으로 선배들과 유통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인 소(小)기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유통업체로 키우기 위해 젊음을 불사르겠다는 것이 전씨의 각오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경영학과에 진학했다는 전씨는 “수박을 팔아서 5000만 원을 버는 것이나 좋은 직장에서 연봉을 5000만 원 받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영대생들의 이 같은 직업관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우리 사회가 1997년 외환위기라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학생들이 철저하게 경력 관리를 통해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인식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즉 서구식 자본주의형 인간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 뚜렷한 보상도 없이 기업에 가서 다른 나라 기업인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프런티어십을 키우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미국 경영대생 외면으로 제조업 몰락
반면 부정론자들은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로 들면서 미국 경영대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컨설팅회사, 투자은행 등 월가로만 몰려간 결과 미국의 제조업 분야가 몰락하고, 급기야 금융 분야가 너무 비대해져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경영수업을 배운 인재들이 기업에 가서 능력을 발휘해야 우리 경제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부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이라면서 “서울대 경영대생들이 기업에 더 많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우리 경제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 서울대 경영대 동아리 MCSA 회장 이소형씨
“기업 즉시 전력감으로 동아리서 훈련”



MCSA(경영자문학생연구회)란 어떤 활동을 하는 동아리인가.
“이번 학기의 경우 고객의 필요에 대해 분석하고, 각종 산업 리포트를 작성하고, 기업 분석과 사례 경연(케이스 컴피티션)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학기 중간에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 다양한 지식도 전수한다.”

사례 경연(케이스 컴피티션) 대회에서는 무엇을 하나.
“부원들이 실제로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서 수행하고, 기업 관계자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에버랜드의 요청으로 컨설팅을 해줬다. 컨설팅 주제는 에버랜드의 식당 또는 가판대에서 파는 식음료 사업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즉 동아리에서 에버랜드의 ‘식음료 가치 개선’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컨설팅 결과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식당 모델을 만들어서 제공했는데, 에버랜드에서 상당히 만족했다는 말을 들었다.”

사례 경연대회 이외에 또 다른 활동이 있다면.
“고객 요구 분석 분야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덕수궁의 경우 덕수궁을 하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 여러 개 궁 중 하나로 보고 덕수궁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내놨다. 그 결과 덕수궁을 경복궁 같은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고객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도록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동아리 활동이 대학 후 진로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실제 산업계에 있는 사람과 얘기해보면 당장 기업에서 일을 해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 또 우리 동아리의 결과물이 기업에서 인정받아서 그 결과물을 신입사원 교육에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어느 기업에 가더라도 제몫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영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무엇인가 가치를 만들고 싶었다. 고시는 기존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기존에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감명받았던 것이 지하철역에서 배포하는 무가지였다. 이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지하철 이용자에게 정보를 주고, 광고주는 광고해서 좋고, 신문사에도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논리적인 타당성도 필요하다. 또 어떤 절차를 밟아서 비즈니스 모델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졸업 후에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
“이번에 졸업을 안 하고, 한 학기 더 다닐 예정이다. 좀 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다. 대기업이나 컨설팅업체도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 |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 부학장
“대기업 인재 채용 시스템 바꿔야”



서울대 경영대는 학생들에게 주로 무엇을 가르치나.
“두 가지를 가르친다. 서울대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연구 인력을 일부 양성한다. 이들은 학교에 남아서 연구할 인력으로 130명 중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기업으로 갈 사람들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잘 안 가려고 한다. 아는 조교 한 명도 공기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일 싸움이 없는 데로 가려는 것이다.”

강의 과목은 어떻게 짜여 있나.
“전체 교과목 커리큘럼이 글로벌 회사에서 하는 일을 가르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기업 내부에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친다. 경영학과는 마케팅·재무·회계·인사 등 일종의 기업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도 초빙하고 사례 학습도 많이 한다.”

일부 학생은 전공과목보다 고시과목에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아닌가.
“경영대뿐 아니라 서울대 전체가 그렇다. 경영대 학생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가르치면 최소한의 이수 학점만 하고, 다른 학과에 가서 과목도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자원을 정말 잘못 쓰는 것 같다. 우리는 나은 편이지만 인문대의 경우는 대부분이 전공 공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이 라이선스(자격증)를 따서 인생을 편히 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학생들이 학점에 신경 쓰지 않나.
“요즘은 학생들이 4년 만에 졸업하지 않는다. 학점이 잘 안 나오면 재수강한다. 내 수업의 경유 20%가 재수강한 적도 있다. 서울대는 C학점 이하부터 재수강하도록 하고 있는데, 내가 B학점 주면 학생들이 찾아와서 재수강하려고 C학점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이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을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들어 더 심해지는 추세다. 학생들이 그만큼 철저하게 커리어(경력)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부모들도 붙어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조언한다. 앞으로 무엇인가 변화하지 않으면 이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대기업 사람들 만나면 당신들도 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과거에는 대기업은 회사 내에서 사람을 키워서 임원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외국계 컨설팅사에서 스카웃한다. 중간에 낙하산이 굉장히 많다. 서울대 졸업생들이 차라리 컨설팅회사에서 있다가 월급을 많이 받고 경력을 쌓은 후 기업체에 가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대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하면 5년 내로 억대 연봉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철저하게 옥석을 가려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2500만 원 주고 채용해서 나중에 외국계 컨설팅사에서 사람을 데려다 쓰는 풍조는 더 이상 안 된다.”

미국 경영대생의 경우 졸업하면 기업으로 가나.
“학과 전공대로 대부분 기업으로 간다. 학부에서 졸업하면 기업으로 가기도 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다시 MBA(경영대학원)로 오기도 한다. 미국 학생들도 성적에 따라 격차가 있지만 컨설팅, 금융 분야에도 가고, 최소한 경영학의 기본 원칙과 임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기업)으로 간다.”

기업에서는 서울대 출신 신입사원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하는데.
“기업은 불만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종신고용을 없앤 마당에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요구하면 안 된다. 기업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먼저 했다. 요즘은 직원들이 한 회사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은 옮긴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종신고용하고 미래에 대해 보장하면 한눈 팔지 않을 것이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Posted by Jeonghwa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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