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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멀리 계신 아버지와 통화를 핟던 중에 아버지께서 세상 원만하게 살아 가라는 의미로 " 야 이눔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중뿔나게 행동하지 말고 세상 둥글 둥글 살아라" 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불현듯 전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기억 나더군요.
참조1: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출마 연설 (2001년 12월 10일 서울 힐튼호텔)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였습니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였습니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적 부터 소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가끔씩 도 넘치게 불퉁불퉁 대는 바람에 선생님들한테 꽤나 많이 혼도 나고, 직장생활 할 때도 꽤나 곤란한 일들을 겪었던 것들 보시면서 나이 마흔의 아들이 아직도 걱정되셔서 하는 말씀이셨을 겁니다.
그냥 고분 고분히 '네..윗 분들 말 잘 듣고, 중뿔나지않게 둥글 둥글 살겠습니다' 라고 했으면 아버지께서도 마음 편안히 잘 살겠거니 하고 걱정을 덜으셨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죄송스럽게도 발끈 했답니다.
"아니 아버지, 세상에 정 맞는 모난 돌이라는게 힘있고 못된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힘없는 착한 사람들입니까? 못된 짓 하는 힘있고 나쁜 사람들이 정을 맞아야 세상도 잘 맞춰진 돌성벽처럼 굳건하게 서는 것이지, 왜 힘없고 착한 사람들만 쪼아내서 세상이 더욱 모나게 하는 겁니까?"
라고 꽤나 큰 소리로 아버지께 대들었답니다.
못난 자식이 또 한 번 아버지 마음에 못 박은 것이지요.
Photo source:
전화통화를 마치고, 한참을 생각해 보니 늘 조직에서 성질 더럽고, 못된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소인배들의 세상인 이유도 힘있는 모난 돌이 힘없는 것들을 쳐내고 억지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성벽에도 오히려 울퉁불퉁한 것들이 한 번 자리잡으면 더욱 빼내기 힘든 것 처럼 말입니다.
참조2:
최근, 마이클 샌덜 교수의 'Justice -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한국에도 출간되어 꽤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습니다.
참조3:
제가 생각하는 정의란, 사회나 조직이 견실한 성벽과 같이 튼튼하고 바르게 서있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봅니다.
성벽을 쌓을 때 석공들이 돌을 다듬고자 모난 돌을 쳐내는 것은 전체적 '조화로움 - Harmony' 을 위해 크고 억세고 못되게 뿔난 힘있는 돌들을 쳐내는 것이지, 약하고 잘 부스러지는 것을 쳐내는 것이아닙니다. 작고 약한 돌을은 오히려 중간 중간 빈틈에 채워넣어져 성벽을 더 굳건히 하는 데 쓰입니다.
사회나 조직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사회나 조직의 안정과 조화를 위해서는, 크고 힘세고 못된 살아있는 권력을 다듬는 것이 먼저이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쓸어내면 오히려 큰 틈새가 생기면서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 합니다, 근데 그 모난 돌은 크고 억센 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약하고 조그만 돌이 중간 중간을 잘 메우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천년을 넘게 굳건히 서있는 성벽의 비밀입니다.'
2010년 8월 25일.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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