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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사회 속 과학기술인
: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임명에 대한 짧은 생각
지난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조작 사태 당시, 과학기술인연합 (SCIENG) 회원으로 분명하게 황우석팀의 연구조작을 밝히고 이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우자는 주장을 했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어릴적, 과학자가되어 로보트 태권 V를 만들어 나쁜 놈들을 혼내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제어공학 실험실 생활 4년 동안 무수한 밤을 새워가며, 기계 만들고, 프로그램밍하고, 실험하고, 시뮬레이션 돌리고, 데이터 모아 논문쓰고 나름 내 꿈에 한발씩 다가가고자 했었다.
공대 대학원 당시 연구하던 Electro Rheological Fluid (ERF) Suspension System Control.
Vibration Control of an ER Seat Suspension for a Commercial Vehicle
S. B. Choi, J. H. Choi, Y. S. Lee and M. S. Han
J. Dyn. Sys., Meas., Control 125(1), 60-68 (Mar 10, 2003) (9 pages)
doi:10.1115/1.1542639
History: Received March 01, 1998; Revised September 01, 2002; Online March 10, 2003
http://dynamicsystems.asmedigitalcollection.asme.org/article.aspx?articleid=1409868
불행히도 IMF 당시 대학원 졸업했던지라, 여러 사정으로 공학박사의 꿈은 나중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지만, 2005년 당시에도 여전히 정체성은 공학도로서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고 싶어했다.
이런 과학기술자로서의 나의 소박한 꿈을 완전히 접게 만든 것이 당시 황우석 박사 사태다, 아니 좀 더 콕찝어 말하자면, 과학기술계를 통제하던 한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언론계의 공고한 카르텔이었다.
과학기술계에서 연구부정이나 조작 등은 늘 있어왔던 일이고, 나름의 자정작용으로 큰 것들은 학계에서 걸러지곤 했다. 이런 자정작용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황우석 사태였다.
당시 정부 측의 황금박쥐 (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를 정점으로, 많은 과학기술계 정치(?)과학자들이 진실따위는 묻어버리고 "미래 먹거리 개발"을 앞세우는 주장을 펼치면, 이를 산업계가 지원하고, 메이저 언론들이 이를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학문적 "상식"은 질식했고, 힘없는 개인으로서의 나는 과학기술자의 꿈을 접었다.
관련기사: ‘황금박쥐’ 박기영, 오늘 정책간담회서 거취 표명 (2017년 8월 10일) 한국일보 from 연합뉴스
http://hankookilbo.com/v/2171426b0c2a48248ba537ac0b4c28ed
IMF 이후 20년, 황우석 사태이후 12년이 지났지만 과학기술자들에게 한국은 "질식사회" 라는 점은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된 것 같다. 나 같이 무책임하게 과학기술계를 등진 사람들의 잘못도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엔 내부에서 할 수 있는게 없기에, 차라리 밖에서 과학기술계에 도움 주고자 선택한 것이지만, 여전히 맘 아프게 반성하는 점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나도 과학기술인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는데, 황우석 사태 당시 앞장서 과학기술인들을 옥죄는데 앞장서고,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분이 다시 과학기술인들을 휘둘러 보겠다고 다시 나서니... 이를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부끄러운 줄 알면, 박기영 선생은 스스로 물러나시길 바란다.
2017년 8월 10일,
최정환, PhD, MBA,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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