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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여행기 그리고 하늘함 도인 이야기

by Jeonghwan (Jerry) Choi 2008. 7. 13.

백두산 여행기 그리고 하늘함 도인 이야기 


2008년, 6월,  최정환




아...아...백두산...!! 하늘이 열리다. 

모든 산들을 저 아래에 두고/몇억만년 지나도록/아직껏 이것은 산이 아니었다

오 너 백두산/그토록 오래된 나날이건만/새로이/네 열여섯봉우리 펼쳐라/장군봉 망천후 사이/성난 노루막이 비버처럼/가까스로 날라가버릴 몸뚱어리 버티고 선/내 불쌍한 발밑조차/보이지 않아 캄캄하지만/수많은 어제였던 오늘이었고/내일이어야 할 오늘이었다/활짝 펼쳐라
여기 억만년 세월의 가슴 있다면/그 가슴 삼아/열여섯봉우리/네 이름을 부른다열여섯봉우리/스물여섯봉우리에 걸어/이 나라 시원 속에서/다시 태어나는/너를 부른다

목 놓아/너를 부른다/푸른 피 엉겨/푸른 피 엉겨/너를 부른다

[고은 시, 백두산 중 발췌]


숨쉬는 된장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하는 연화촌의 민들레 마을을 떠나, 두어 시간을 달려 백두산에 가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용정을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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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중학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대성중학은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님, 그리고 우리나라 최조의 영화인 "아리랑"을 만든 라운규 선생 등 일제강점기 수없이 많은 독립지사 및 문인, 사상가, 예술가를 길러낸 곳입니다. 아래 시비는 현 용정 중학교 내에 세워져 있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새겨 놓은 것입니다.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갈망했던 푸른 청년 윤동주가 이곳 용정에 있는 대성 중학에서 건물에서 그 시적 감수성과 고결한 정신을 길렀다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러한 선배를 잊지않고 남의 나라에서도 나랏글을 잃지 않고 있는 이곳 용정 중학교를 중심으로한 한민족의 그 끈끈하고 강한 자부심과 열정에 다시 옷깃을 여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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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중학옛터는 지금 기념관으로 변해있는데 이곳에서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친숙한 분의 어릴 적 사진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바로 통일 운동의 대부라고 할 만한 늦봄 문익환 목사님 이십니다. 지금도 문익환 목사님께서 1987년 민주화운동을 이끄시는 과정에서 "통일은 다 되었어요, 통일은 다 되었어요" 라고 힘차게 외치시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합니다. 저 가녀리고 곱상한 외모에서 어찌 그런 강한 울림을 내어놓으시나 궁금했었는데, 여기 용정에 대성중학교에 와보니 그 기운이 모두 만주의 드넓은 기운과 문익환 목사님이 이곳에서 공부하실 당시 한국의 혼이 그대로 이어졌던 이곳 용정의 정신이 문익환 목사님을 그렇게도 크고 아름다운 사람이 된 원동력이었구나라고 바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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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정 푸른솔은~~ 으로 시작되는 "선구자"의 배경이기도 했던 용정에 있는 일송정을 저 멀리 돌아 돌아 이제는 백두산을 향해 나아가서 이윽고, 백두산 아래 첫 마을 이도백하를 지나 백두산 서쪽 초입에 도착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국영토에 있는 이도백하와 서쪽 백두산 초입은 더 이상 한글이나 백두산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온통 중국말과 장백산이란 이름으로 불리우고 중국식대로 난개발되어 이곳이 정녕 한민족의 성지인지 그냥 관광지 인지 모를 정도로 많이 훼손되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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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백두산 초입에 보니 이곳 백두산 동물들을 박제하여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10위안을 받는 곳이 있어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단군신화에 보면 곰이 100일간 쑥과 마늘만 먹고 정성껏 기도를 하여 아리따운 여인이 되어 환웅님과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설화가 아닌 다른 역사에 보면 원래 웅녀는 아래 아 "곰/감"을 써서 "곰녀/감녀"라고 한 것인데 이 "곰/감"은 우리나라 고어로 신령스럽다/영험하다라는 뜻으로 웅녀는 "신령스런 여인"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나라 고어인 "곰/감"은 오히려 일본말에 남아 있는데, 일본말로 신(神)을 말하기를 "가미" 라고 하는 바 이는 원래 우리나라 고어에서 파생되어 나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곰이 변해 웅녀가 되었다는 곰 설화보다는 원래 "신령스런 여인" 이라는 의미로 우리 민족의 어머니로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우리나라 민족에게 늘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백두대간을 따라 만주와 한반도 전역에서 수없이 많은 전설과, 민담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고 우리민족의 사내들에게 그 용기와 기백을 심어주었던 이 신령스런 동물이 이제는 멸종위기에 처해 사람들의 손에 그 운명이 놓여있다고 하니 참으로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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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초입에서 버스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올라간 후, 다시 지프차로 갈아타고 산을 오른지 어언 한시간여... 드디어 백두산 천지 바로 밑까지 도착하고 이제는 약 10여분만 더 걸어올라가면 바로 천지가 보인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백두산 천지에 올라 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중국 공안들이 각종 종교행위와 만세부르는 등의 행동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천지에 오르기 전 국선도에서 천지명산에 인사드리는 방식대로 하늘에 세번, 땅에 세번, 인간에 세번...총 아홉번 절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의 염원을 마음 속 깊이 다짐하면서 서서히 천지를 향해 걸어올라갔습니다.

백두산 정상은 원래 단 몇 분 사이에도 비가오고 안개가 끼고 개는등 날씨가 신출귀몰할 정도로 변화가 심하고 그마저도 6월에서 8월만 사람이 올라가 볼 수 있어 백두산 천지를 맑게 볼 수 있는 경우가 열에 하나 될까 말까 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인사를 드리고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안개가 자욱히 끼어 바로 앞의 사람도 보일까 말까 할 정도 였습니다. 게다가 백두산 천지의 봉우리에는 잘 쓸려내려가는 흙과 구멍숭숭 뚫린 화산암으로 이루어져있어 까닥 잘못하면 쭉 미끄러져 내려가기 일 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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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두산 천지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뿌연 안개로 저 멀리 까마득한 아래에 천지가 어렴풋이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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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신령스럽게도 갑자기 순식간에 안개가 갑자기 걷히더니 푸르다 못해 시퍼런 천지가 눈 앞에 펼져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보면 환웅임금께서 최초로 하늘을 여셨다는 개천이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만, 참으로 하늘이 활짝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신령스럽고 영험한 경험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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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리고 천지가 막상열려 눈앞이 툭 트이고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천지에 일단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웅장한 장관에 압도당하고 까마득히 높은 구름 위 봉우리에서 저 아래로 아스라히 펼쳐진 절벽 밑에 푸르디 푸른 천지가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이 산꼭대기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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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백두산 천지에 올라서보니,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수련법인 국선도(밝받는 법)의 시작을 설명한 수도자들에게 대대로 전승되어온 하늘함 도인 (천기도인)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늘함 도인(天氣道人) 이야기

"아주아주 옛날, 지금부터 9700년전 일이다. 그 때 하늘함 道人이란 분이 계셨는데, 이 어르신께서 밝돌법을 세상에 전하셨단다.

하늘함 道人은 원래 백두산 근처에 있던 어느 마을의 촌장(村長)이었다. 그 분은 힘이 장사였고 지혜가 출중했다. 게다가 인품이 훌륭하여 마을 사람들을 잘 보살폈다. 당시 백두산 근처 마을들은 해마다 마을 대항 石戰시합을 벌였었다. 하늘함 道人의 마을은 이 시합에서 늘 우승했다.

세월이 흘러 하늘함 道人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었다. 氣力도 많이 쇠약해졌다. 하늘함 道人이 힘을 못쓰는 바람에 어느 해엔 그 분네 마을이 석전(石戰)시합에서 지고 말았다. 시합에서 진 것은 마을 전체의 수치였다. 하늘함 道人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힘을 못 써 시합에 졌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패배의 책임이 모두 자기한테 있는 것 같았다.

하늘함 道人은 이미 늙은 몸이지만 힘을 다시 기르고자 했다. 한창때 용솟음치던 기력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마을 일을 맡긴 다음 백두산으로 들어갔다.

백두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하늘함 道人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흐르는 세월을 한탄도 해보고, 누군가가 등 뒤에서 자기를 비웃는 것 같아 뒤를 돌아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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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웅장한 자태로 머리에 푸른 하늘을 이고 의연히 서 있었다.

하늘함 道人 자신을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하늘함 道人은 크나큰 勇力을 기르기 전에는 결코 하산(下山)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백두산 깊고 깊은 산중에는 사람 자취가 전혀 없었다. 둘레가 몇 아름씩 되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졌고, 그 사이에서 갖가지 짐승들이 마음껏 뛰놀았다. 날짐승 길짐승 우짖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메아리쳤다.

하늘함 도인(道人)은 심호흡을 하면서 한발 한발 백두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가니 수련하기에 좋은 곳이 있었다. 위가 툭 트여 하늘이 시원하게 잘 보이고 가까이에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다. 하늘함 道人은 여기에다 움막을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심신(心身)을 단련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젊은 시절의 기력(氣力)을 되찾기 위해 산비탈을 뛰어서 오르내렸고, 무거운 돌들을 들어올려 멀리 던지곤 했다. 마음을 닦으려고 정좌수행도 많이 했다.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온종일 그대로 있었다.

고요히 명상에 잠긴 하늘함 道人한테로 곰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종종 다가왔다. 어떤 놈들은 아주 바짝 다가와 하늘함 道人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거나 발로 툭툭 건드렸다.구렁이들이 하늘함 道人의 몸을 타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하늘함 道人은 목석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손끝 하나 안 움직이고 정신을 오로지 한곳에 집중했다. 맹수들은 하늘함 道人 주변에서 얼마간 어슬렁거리다가 다른데로 떠나갔다.

하늘함 道人이 백두산에 들어온 지 어느덧 몇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하늘함 道人의 氣力은 한창 젊었을 때보다 몇 배 더 강해졌다. 마음은 한없이 고요해졌고, 정신은 지극히 맑아졌다.

하늘함 道人은 만물(萬物)의 이치를 환하게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됐다싶었다. 그래서 마을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늘함 道人은 자신이 기거하던 움막을 깨끗이 정리한 다음 하늘과 백두산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극진히 공경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듭거듭 땅바닥에 엎드렸다. 푸른 하늘과 드높은 백두산이 자신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았다.

하늘함 道人의 가슴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환희심이 온 몸에 두루 스며드는 것 같았다. 마음은 또 더할 수 없이 자유로웠다.

하늘함 道人은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갑작스레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비워진 것처럼 공허해졌다. 그 비워진 곳으로 왠지 모르게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리던 고향, 보고 싶었던 사람들한테로 돌아가는데 신명이 안 나고 슬픔이 북받치니 이상한 일이었다.

하늘함 道人의 발걸음이 차차 무거워졌다. 그러다가 어느 개울가에서 우뚝 멈췄다. 하늘함 道人은 개울가 바위위에 걸터 앉았다. 문득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세상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부질없는 욕망 때문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가엾었다. 석전(石戰)시합에 졌다고 힘을 기르러 백두산으로 들어온 자신의 모습도 우습게만 보였다.

그까짓 시합에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떤가. 명예를 얻어 뭣에 쓸건가. 옛날엔 명예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다 우매한 생각이었다.

하늘함 道人은 하늘을 보며 자신한테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명예에 집착하던 마음마저 떨치고나니, 세상에 돌아가 얻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하늘함 道人의 입에서 [허허]하고 헛 웃음이 터져나왔다.

바로 그 때였다. 개울 아래쪽에서 하늘함 道人의 헛웃음에 화답하듯 커다란 웃음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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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하늘함 道人이 깜짝 놀라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개울 옆에 웬 소년과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년은 손에 커다란 물고기를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소년이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이런 얘길 했다.

"하하하, 참으로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앞으로 나갈 줄만 알았지 뒤로 빠질 줄은 모르는구나. 하하하"

소녀도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얘, 물고기야. 넌 이 개울물이 세상에서 제일 넓은 줄 알지. 안 그래.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아득히 넓고 넓은 바다가 있단다. 널랑 그리고 가거라. 거기서 마음껏 뛰놀아라"

소년 소녀는 물고기를 개울물에다 도로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소년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인연이 있으면 백두산 상상봉에서 다시 만나자꾸나"

소년 소녀는 물고기를 놓아주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하늘함 道人은 꿈을 꾸고 난 기분이 되었다. 소년소녀가 물고기한테 해준 얘기들이 왠지 하늘함 道人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앞으로 갈 줄만 알고 뒤로 갈 줄은 모른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넓고 넓은 물이 있다]

하늘함 道人은 불현듯, 그 얘기들이 물고기한테가 아니라 바로 자기한테 해 준 말임을 깨달았다. 마지막 말은 자기더러 백두산 상상봉으로 오라고 한 얘기가 틀림없었다.

하늘함 道人은 백두산 상상봉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며칠 후에야 상상봉 근처에 이르렀다.

하늘함 도인은 백두산 상봉으로 올라가면서 하늘을 향해 며칠 전에 보았던 소년소녀를 다시 만나게 해주십사 하고 간절히 빌었다. 왠지 모르게 그들을 만나면 더할 수 없이 귀중한 가르침을 받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크나큰 기대로 마음이 설레고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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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상봉은 깊고 깊은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짐승들의 기척과 바람소리만이 가끔 한번씩 적막을 깨치고 들려왔다. 하늘함 도인은 신비함에 젖어 냇물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폭포를 지나서 한참 더 오르니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바로 천지(天池)였다. 거울처럼 맑은 천지의 수면에 백두산 상봉과 푸른 하늘이 신령스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늘함 도인은 天池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냇물에 몸을 씻었다. 정성스럽게 물을 끼얹으며 마음도 함께 닦았다. 그리고는 호숫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요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그의 마음은 천지의 물처럼 잔잔했다.

얼마쯤 그렇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하늘함 도인은 퍼뜩 눈을 떴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소년 셋이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전에 보았던 소년이었다.

소년들은 목욕을 하다가 물놀이를 즐겼다. 자맥질도 하고 물장구도 치면서 한참동안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모두 물 속으로 몸을 감췄다. 소년들은 한번 몸을 감추더니 좀처럼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하늘함 도인은 물 속에서 어찌 이렇게 오래 있는가 이상히 여기며, 소년들이 사라진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시간이 자꾸 흘렀다. 몇 시간이 지났다. 하늘함 도인은 소년들이 모습을 안 나타내자 자신이 환상을 본게 아닌가 의심했다. 이 때 한 소년이 불쑥 물 위로 떠올랐다. 다른 두 소년도 뒤이어 모습을 나타냈다. 소년 하나가 [아이구 실컷 잤다]하면서 깔깔 웃어댔다. 하늘함 도인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물 속에서 잠을 잔단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함 도인이 넋을 잃고 있는데 소년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께선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디로 가시는 길인가요"

며칠 전에 보았던 소년이 하늘함 도인한테 공손히 물었다. 소년의 음성은 아주 청아했다.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같았다. 용모도 무척 수려했다. 눈에서는 아침 햇살 같은 광채가 뿜어나왔고, 얼굴은 막 피어난 꽃처럼 화사하고 맑았다. 정면으로 마주보려니 눈이 부셨다.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았다.

"저는 백두산 아랫 마을 사람입니다. 우연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늘함 도인은 일어서서 예를 갖추고 대답했다.

"아, 그러십니까"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돌아섰다.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늘함 도인은 황급히 소년을 불러세웠다. 소년이 되돌아서자 하늘함 도인은 얼른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는, 자기를 제자로 삼아 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소년도 하늘함 도인한테 절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저희도 스승님 슬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어찌 저희가 할아버지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여튼 저희 마을로 함께 가시지요. 어르신들께 여쭤 보겠습니다" 소년들은 하늘함 도인더러 눈을 감으라 하더니 그를 데리고 어딘가로 갔다. 얼마 후에 소년들이 눈을 뜨라고 했다. 하늘함 도인은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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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함 도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소년들이 사는 마을은 별천지였다. 나무가 무성하고 꽃들이 만발했는데, 그 속에 드문 드문 집들이 있었다. 집도 나무도 꽃들도 밝은 광채를 뿜었다. 仙界가 틀림없었다. 숲속에서는 온갖 짐승들이 노닐었다. 토끼, 다람쥐, 사슴, 늑대, 호랑이... 갖가지 짐승들이 활기차게 뛰놀았다.

그런데 호랑이 늑대처럼 사나운 짐승들이 토끼 사슴같은 연약한 짐승들과 함께 뒹굴며 놀았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 정자가 하나 있었다. 노인 몇 명이 거기에서 담소를 나눴다. 노인들의 용모는 머리만 흴뿐 소년들과 똑같았다. 하늘함 도인 일행은 정자의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을로 들어갔다. 소년들은 하늘함 도인을 마을의 어느 집으로 데려갔다. 아주 깨끗하게 잘 정돈된 집이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소녀 몇명이 그들을 맞았다. 소녀들의 용모도 소년들처럼 눈부시게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소녀들은 하늘함 도인 일행을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평상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한 소녀가 일행더러 거기에 앉으라고 권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소녀들이 차와 과일을 내왔다. 차는 기이한 향기를 풍겼고 과일은 기막히게 맛있었다.

과일을 먹고 잠시 더 앉아 있으니, 백발 노인이 소녀 둘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 이곳 仙界의 큰 스승이었다. 이름은 [삼단]이라 했다. 소년소녀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삼단선인(仙人)에게 절을 올렸다. 하늘함 도인도 인사를 드렸다. 삼단선인(仙人)은 하늘함 도인한테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물었다.

하늘함 도인은 자기의 과거를 소상히 아뢰었다. 그리고 귀한 가르침을 받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삼단仙人은 아주 잘 왔다며 [여기서 지내는 동안 잘 닦으라]이르고는 방에서 나갔다. 삼단仙人과 함께 왔던 소녀 하나가 뒤에 남아서 하늘함 도인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삼단 어른께서 여기에 머물 것을 허락하셨으니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실은 하늘함 노인께서 백두산에 들어와 수련하시는 동안, 한뫼가 항상 노인을 보살펴주었습니다. 노인의 눈에는 안 띄었지만, 한뫼는 늘 노인 곁에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노인께선 위험한 일을 한번도 겪지 않으셨습니다"

하늘함 도인은 얼른 자기가 맨처음 만났던 소년을 돌아보았다. 소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바로 한뫼였다. 한뫼는 선동(仙童)이었다. 소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노인께서는 백두산에 들어와 3년 동안 하늘의 마음과 얼, 그리고 하늘 기운을 조금 얻으셨습니다. 이제 하늘의 이치와, 하늘과 하나되는 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내 마음이 곧 하늘 마음이 되고, 내 얼이 바로 하늘 얼이 되며, 내 기운이 하늘 기운으로 채워지면, 하늘사람으로 화합니다. 앞으로 한뫼의 가르침을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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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부터 하늘함 도인은 선동(仙童) 한뫼를 스승으로 모시고 밝돌법을 닦았다. 이 밝돌법은 바깥 세상엔 없는 도법(道法)이었다. 한뫼는 아득한 옛날에 이 道가 창성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운(時運)이 다하여, 이제는 극소수 인연 닿는 사람들만이 밝돌법을 닦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뫼는 정성을 다해서 하늘함 도인을 지도했다. 몇년이 지나자 하늘함 도인도 상당히 높은 경지에 올랐다. 몸에는 하늘의 진기(眞氣)가 충만하고, 마음과 얼은 푸른 하늘처럼 맑아졌다. 숨은 피부로 쉬었고, 물 속 불 속을 자유로이 드나들었다. 마음먹은대로 몸이 따라줄 정도가 되었다. 어느덧 몇년이 흘렀다. 하루는 한뫼가 하늘함 도인한테 이런 얘길 했다.

"하늘함께서는 이제 세상에 돌아가 큰일을 하셔야겠습니다. 인간세상은 육천년 동안 밝아졌다가 육천년 동안 어두워지기를 거듭 되풀이 합니다. 밝은 때는 참된 道가 두루 널리 펼쳐지고, 어두울 때는 사도(邪道)가 날뜁니다.

지금은 어두운 시대가 물러나고 광명시대가 돌아오는 때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道를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늘함께서 맡으셔야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참된 삶의 길을 깨우쳐 주십시오. 온갖 탐욕과 번뇌에서 헤어나 광명시대를 맞이하도록 인도하십시오. 일을 마치신 다음에는 이리로 오십시오. 세상 사람들에게 이곳 이야기를 하셔선 안 됩니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닙니다.

세상에 나가시면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꿋꿋이 견디십시오. 이곳 어르신들께서 도와주실 터이니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리하여, 하늘함 도인은 삼단仙人과 여러 선계(仙界)의 어른들께 하직인사를 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仙界를 떠나 세상에 나와보니 무척 오랜 세월이 흘러가 있었다. 仙界에서 몇 년밖에 안 지냈는데, 인간 세상의 시간은 그보다 열배도 더 흐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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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함 도인은 자기가 살던 마을을 찾아갔다. 그런데 마을에는 낯선 사람들만 보였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옛날에 같이 살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승을 떠난 것이었다.

하늘함 도인의 집에도 낯선 사람들이 살았다. 집에 가서 주인을 찾으니 머리가 하얀 노인이 나왔다. 그 노인은 바로 하늘함 도인의 손자였다. 손자한테 나이를 물으니 팔십이라 했다.

하늘함 도인은 자신이 누구인가 밝히지 않고 고향 마을을 떠났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늘함 도인이 仙界에서 지내는 동안 세상은 무척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물욕(物慾)에 빠져 허덕이고 미신(迷信)이 판쳤다. 나라는 극도로 어지럽고 민심은 흉흉했다. 하늘함 도인은 天下를 周遊하고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자손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늘 마음을 지녀, 하늘 기운을 받아서, 하늘 사람처럼 사는 법을 가르쳤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 그가 가르침을 펴자 마을의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옛날 하늘함 도인이 촌장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다.

그러자 이웃 마을 사람들이 이 마을을 무척 부러워하게 되었다. 이웃 마을 사람들도 하늘함 도인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 마을들도 아주 평화로운 마을로 변했다.

하늘함 도인의 소문이 순식간에 멀리 퍼져나갔다.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함 도인한테 가르침을 청했다. 하늘함 도인은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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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사악한 무리들한테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들은 백성들이 하늘함 도인을 하늘처럼 섬기자 자기네의 세력을 잃을까봐 두려워했다. 어떤 자들은 하늘함 도인을 죽여 없애려고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하늘함 도인을 해치지 못했다. 해치려 들면 자기네가 먼저 더 큰 고통을 겪었다. 그들도 결국은 하늘함 도인한테 귀의하게 되었다.

하늘함 도인의 교화로 만 백성이 새 삶을 얻었다. 사람들은 욕망을 절제하고 이웃과 화목하게 지냈다. 얼마 후 온 나라가 태평해졌다.

하늘함 도인은 일을 마치고 선계(仙界)로 돌아갔다. 그후 세상 사람들 중에도 마음이 아주 잘 닦인 이들이 하나 둘 삼단선인(仙人)이 계신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늘 사람 되는 법도 차차 크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엔 하늘함 도인이 뿌리고 온 씨앗이 열매를 거두었다.

숱한 사람들이 하늘 마음을 닦아 하늘 기운을 받아서 仙人이 되었다. 그리하여 광명시대(光明時代)가 활짝 열렸다. 이 光明時代는 몇 천년 계속되다가 서서히 물러갔다. 다시 어둠의 시대가 오고, 하늘 사람 되는 진도(眞道)는 극소수의 사람들한테만 비밀히 전해졌다. 그들을 통해서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면면하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출처: 국선도 삶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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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함도인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신령스러운 이곳 백두산 천지에 혹시라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선님들과 우리 민족의 스승님들께서 계시진 않을까 하여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 하고 잠시나마 침잠해서 제 호흡으로 깊이 들어가 보기도 하다가 이젠 내려가야 한다는 안내해주시는 분의 말에 아쉬움을 남긴채 천지 표석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언제다시 보고 인사하게 될 지 모를 우리민족의 성지인 천지에 다시 한 번 곱게 인사드리고 천지 봉우리에서 장백폭포를 향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막 봉우리를 모두 보고 내려오기 시작 할 때 즈음에, 갑자기 서쪽으로 부터 짙은 구름과 안개가 밀려들더니 열려있던 하늘문을 닫는 것 처럼 천지가 다시금 자욱한 안개로 뒤덮여 한치 앞도 안보이기 시작하면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도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이게 무슨 천지조화인가 싶어 다시 한 번 백두산의 신령스러움에 경외감을 느끼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봉우리를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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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봉우리 아래에 있는 중국측 기상대 앞에 커다랗게 붉은 색으로 "조국이익고우일체"라는 글이 있어 안내해 주신 분께 여쭈어보니, "중국의 이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라는 뜻이랍니다. 어찌 한민족 최대의 성지에 한 나라의 이익을 언급할 것이며 그것을 바로 천지라는 성스러운 장소 바로아래에 이렇듯 크게 적어 오가는 관광객들 (아마도 대부분 한국관련 관광객들에게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에게 잘 보이도록 해놓았는지, 마음 속이 참람하기가 그지없었습니다.

만약 백두산이 저들 한족의 성지였다면, 어찌 이런 불경스러운 짓을 할 것이며 또한 우리나라가 힘이없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제대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백두산을 중국 쪽에 빼앗겨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나 싶어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키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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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으로 가득했던 천지를 내려와 백두산 천지에서 바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룬다는 장백폭포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저멀리 큰 봉우리 사이로 하이얀 물줄기 떨어지느 것이 보입니다. 도대체 이런 험준하고 높은 산에 이런 신기한 비경이 숨겨져 있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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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폭포를 찾아 휘적휘적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매캐한 유황냄새가 나서 계속 앞으로 걸어올라가 보니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려 내를 이루는 곳이 나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가져다 대어 보니 "앗 뜨거워" 라는 탄성이 절로 날 정도로 아주 뜨거운 온천물이었습니다.

백두산이 구름 위 머리로는 하늘을 이고 있고, 크고 찬 천지를 내어놓으면서도 그 속으로는 뜨거운 불을 품어안고 있다고 하더니 참으로 그말을 실감나게 하는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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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물이 장백폭포를 이루고 흘러내리는 냇가에 다가가 가만히 물을 떠 마셔보니 그 물맛이 참으로 시원하고 장쾌하여 그 어떤 물 보다도 마음 속 잡념과 번뇌들이 쓸려내려가는 듯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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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퉁이만 돌아가면 장백폭포가 보일텐데, 옆을 둘러보니, 푸르디 푸른 신록의 나무와 풀로 이루어진 초원이 보여집니다. 백두산 천지 기운은 장쾌하고 영험한 반면 조금 내려와 이곳 장백폭포아래에는 이렇듯 선경과도 같은 초원이 있고 다사로운 기운과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뭇 생명들을 키워내고 살려내니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산 하나에 웅장한 기운과, 부드럽고 다사로운 기운 그리고 상쾌한 기운 등 여러가지 모습을 함께 품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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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백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커다란 봉우리를 양 옆으로 끼고 드높은 물줄기 두개가 함께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니 그 장관과 소리에 혹여라도 남아있던 마음 속 찌꺼기마저 모두 쓸려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폭포아래에는 여전히 두터운 얼음과 잔설이 남아있어 이곳이 겨울에는 어떠할 지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장백폭포 오른쪽에 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천지물가에 가서 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장백폭포 바로 위가 조금전 보고내려온 천지라고 하니 저 시원한 물이 천지에서 내려온 물이 틀림이 없습니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한 물은 커다란 강 세개를 빚어낸다고 합니다. 하나는 압록강이요, 둘은 두만강이요 나머지 하나는 송화강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강 세가지를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강의 진원지가 되는 산은 딱 하나밖에 더 없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한국에 있는 속리산입니다. 속리산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한강, 낙동강, 금강을 만들어 내는데 백두산처럼 그 물의 기원이 천지와 같이 큰 물의 원천이 있는 것은 아니라 다소간 손색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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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우실하 교수님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아시아 북방계열의 문화는 3수 분화의 문화라고 합니다. 3수 분화의 세계관’(The Trichotomous Worldview: 1-3-9-81)과 그 변형인 천지인(天地人) 삼재론(三才論)은 2수 분화의 세계관인 음양론으로 대변되는 1-2-4-8-16-32-64과는 다른 독특한 사유체계인바 우리민족의 원형은 원래 3수 분화를 기본으로 하여 2수 분화를 수용해왔다고 합니다.

쉽게말해, 천지인/정기신/삼태극/삼신사상 등으로 대별되는 한민족 전래의 사유체계에서보면 큰 강 세줄기를 내어놓은 백두산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자 마지막 점이라고 생각하여
참으로 신성하게 생각되어져 왔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조선과 고구려 고분들의 놓여진 방향을 보면 모두 백두산 방향으로 머리를 두어 우리 민족의 뿌리로 돌아간다는(歸本)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민족의 핏속에 면면히 흘러내려오는 고유의 모든 사유체계와
문화의 원형이 백두산으로부터 비롯되어 왔는데 지금 이 부끄러운 후손들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화독(華毒),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오염된 왜독 (倭毒), 해방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 사상들(洋毒)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어있고, 우리 본래의 모습과 정신을 잃어가면서 갈길 몰라 헤메고 있는 상황인 듯 보입니다. 그 결과로 땅떵이는 계속 줄어들어왔고, 심지어는 나라를 잃기도 하고, 해방 후에도 서로 갈라져 으르렁 대다가 서로 죽이고 죽고, 바르고 꿋꿋한 인재들은 죽임을 당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것은 이제 천대하고 남의 것만 존중하여 이제는 겉모습만 한민족이지 그 머릿속과 정신은 오히려 남의 나라 사람과도 같으니 백두산에 계실 조상님들의 신령스러운 영령들 앞에서 눈물로 그 억울함과 죄송함을 고해봅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미약하나마 원래 밝음을 다시 밝힐 수 있도록 선인들께서 도와주십사 두손 모아 엎드려 빌어봅니다.


장백폭포 아래 유황온천에 들러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 백두산을 천천히 내려 오는 도중에 잠깐 백두산 중턱에 있는 숲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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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장백송 숲 사이사이로 이름모를 꽃들과 풀들이 서로의 건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 서로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남한, 북한, 조선족 이렇게 서로 갈리어 사는 우리들에게 서로 다투지말고 어울려 살아라라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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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날도 저물어 가고, 마치 꿈과 같았던 하늘이 열리는 듯 했던 백두산 천지와 웅장하게 흘러내리던 장백폭포 모습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투지 말고 조화롭게 살라고 교훈을 주던 숲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와야 합니다.

조화선경을 떠나 다시 속세로 돌아가던 하늘함 도인의 망극한 마음이 이런 것일까 싶습니다.
이제 다시 세상에 나아가면, 혹여 다시 한 번 이곳에 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모를 아름다운 백두산 꽃에게 마음을 담아 전해봅니다.

우리 이제 세상에 나가 우리 해야할 일들을 잘 마치게 되면
다시 이곳에 와서 그대를 다시 찾고 하늘이 열릴 때를 기다려
선인(仙人)들을 좇아 참 고향으로 돌아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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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ll retrieved on July 12, 2008)

1. 백두산, 고은
http://educareon.myzip.co.kr/tale/taleindex.htm

2. 하늘함 도인 이야기, 국선도 "삶의 길"
http://heykorean.com/HK_Club/HK_Club_board/HK_Club_View.asp?club_id=10000228&board_no=1282&list_no=2&board_type=b&item_seq=107153&Page=1&Search=&key=

3. 우실하, "‘3수 분화의 세계관(1-3-9-81)’이란 무엇인가?" [미술세계] 2008년 3월호
http://www.gaonnuri.co.kr/z/view.php?id=punch&no=101&PHPSESSID=f560de64609948f53a91f48ef7cd669c

4. 국선도 삼재의 도, 국선도 1,2,3.
http://paper.cyworld.com/kouksundo/30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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